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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의 차(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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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발행일자 2022-04-04

<이진수의 차() 이야기 1. 차, 느림의 미학>

 

-차는 자연이 품고 있는 에너지와 생명력을 지닌다.

 

차를 통해서 자아를 찾아가는 군더더기 없는 삶은 인간의 내면세계에서 전달되는 심미적 아름다움을 포함한 현재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지금, 2월의 작은 달을 품고 차 한 잔 마주한다. 동양의 고아한 정신세계로 대변되는 차가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붓끝에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된 데에는 차에서만 배울 수 있는 미학적 세계를 놓칠 수 없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먼저, 차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 왔을까? 5천년의 역사를 가진 차가 약용에서 출발하여 세계인의 기호음료로 자리하기까지는 동양적 정서와 아름다움이 녹아든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양적 정서라 함은 요란하지 않으면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은유 자적하는 약간의 현실성이 결여된 부분이지만 또한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다. 차는 자연이 품고 있는 에너지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을 '피직스(Physics)'와 '나투라(Natura)'로 구분한다. '피직스'는 감각의 표면 위로 드러나 보이는 자연의 외적 형상으로 찻물과 대변되고, '나투라'는 그 이면의 내적 형상을 일컫는 인간의 내면적인 세계를 표현하려는 차의 정신인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식물 중에 동면(冬眠)하는 식물은 얼마나 될까. 그 중에서 가장 오롯이 자연의 향기를 품고 있는 식물을 들라면 바로 차(Tea, 茶)일 것이다. 차는 겨우내 자연의 응축된 오일을 품은 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우리에게 햇차로 불리는 첫물차를 일컫는다.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지나 같은 의미로 해석되는 첫물차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나 스리랑카에서 조차 각기 다른 이름으로 존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첫물차는 우전(雨前)이다. 우전은 곡우전의 어린잎으로 만든 가장 이른 햇차이자 고급 녹차의 대명사로 불린다. 채취기간이 짧기 때문에 수확량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주일 정도의 짧은 수확기간을 놓치지 않고 차를 만드는 일은 인내가 필요하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인간의 손끝에서 채취하는 찻잎으로 덖음 과정을 거치면서 식히기와 비비기를 반복하며 아주 천천히 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바로 차향기다. 차의 향기는 불기운이 가해진 적절한 솥의 온도와 손놀림이 어우러져 그 향기를 만들어낸다.

 

 

차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솥의 덖음 온도이기 때문이다. 찻잎의 양에 따라서도 온도는 달라지고 찻잎에 열이 가해질수록 수분이 배출되면서 모양이 점차 바뀌어간다. 우리가 마시는 수제녹차는 이러한 수고로움을 더한 인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자연의 선물이다. 맛과 향이 강하지 않은 우리의 녹차는 진한 향의 꽃을 찻잎에 첨가해 만든 가향차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맛과 향기로 본연의 차맛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차는 어떻게 마시면 좋을까. 한 잔의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중정이 필요하다. 거창한 의식이 아니더라도 차를 만들기까지의 정성과 노고에 대한 기본 마음가짐이 그것이다. 차를 우리기 위한 기본 다구를 요란하지도 급하지도 않게 준비하고 물 끓임의 시간 속에서 기다림을 배운다. 다구는 찻주전자와 잔하나면 족하다. 찻잔의 온기 속에서 다시 봄을 품고 있을 차밭을 더듬는다. 그리고 한 잔의 차에서 자연을 배운다.

 

 

출처 : 원불교신문(http://www.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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